저축왕이 된 노숙인 "귀농이 꿈이죠"
서울경제 | 입력 2010.12.08 19:33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제주
 

경기광역자활센터, 강영준씨 대상에 선정 10여년간 노숙인생활을 하던 50대 남자가 저축왕으로 선정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수원 리-스타트(자활)사업단에서 재기를 꿈꾸며 자활근로를 하고 있는 강영준(가명ㆍ53ㆍ사진)씨. 강씨는 경기도 및 예금보험공사의 후원으로 경기광역자활센터가 도내 7개 노숙인 자활사업단 시행 프로그램 참여 노숙인 62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선정한 저축왕 11명 가운데 대상 수상자로 뽑혔다.

수원시 인계동 리-스타트사업단에서 2년6개월째 일하고 있는 강씨가 지금까지 모은 돈은 2,200만원. 강씨의 월소득액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다른 동료 노숙인 14명과 함께 이곳에서 전자 및 자동차 부품 조립을 하는 강씨가 경기도의 지원금 등으로 받는 월급여는 80만여원이고 가끔 월 6만~10만원의 생산활동 성과급을 받는다. 재기에 대한 의지가 강한 강씨는 매월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 월 60만~70만원을 저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리-스타트사업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곳에 오기 전 강씨는 지난 1997년부터 10년 넘게 쉼터 등을 떠돌며 노숙인생활을 했다. 자영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강씨가 노숙인의 길로 접어든 것은 사업에 실패하고 마시기 시작한 술 때문이다. 강씨는 수차례 재기를 꿈꾸며 강릉 등에서 자활근로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수입을 모두 술 마시는 데 낭비해 목돈을 모으지 못했다. 그는 2008년 5월 수원으로 옮겨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고 자활근로를 시작해 이번에 저축왕으로까지 뽑혔다. 강씨는 20세 아들도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15년이 넘었다. 형제들 역시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강씨의 꿈은 농촌으로 돌아가 조용히 영농을 하며 사는 것이다. 돈을 좀 더 모아 시골에 작은 집이라도 사서 조용하게 사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이번 자활근로가 노숙인 신세를 벗어나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강씨 등 11명의 저축왕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5일 경기바이오센터에서 열린다. 도는 연간 10억여원의 도비를 들여 리-스타트사업단 등 민간단체, 경기도광역자활센터 등과 함께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근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수원=윤종열기자 yjyu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