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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발버둥 쳤는데… 아직 반지하 셋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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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4회 작성일 20-02-2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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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발버둥 쳤는데아직 반지하 셋방"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10.10 02:56

 

50대 남성, 경기지역 인기기사

 

 

 

10년전 분유값 없어 고철 훔쳤던 김모씨 지금은

IMF 비극에 온정 쇄도봉제일 얻었지만 일감없어 다시 거리로

아내수입 70만원으로 다섯식구 생계꾸려 "IMF 또 온다는데"

 

정확히 10년 전이다. IMF 경제불황이 막 2부 능선쯤 넘어 본격화하던 19981월 김모(당시 30)씨는 고물상 야적장에 쌓인 고철을 훔치다 주인에게 잡혀 경찰서로 왔다. "주인이 소리치는 것도 못 들었습니다.

 

 

집에서 배고파 보채고 있을 아기 생각만 하다가 저도 모르게 그만." 조사 경찰관 앞에서 내내 눈물을 보였던 김씨 였다. 6개월 된 아기에게 분유를 사주기 위해 김씨는 생전 처음으로 절도라는 것을 했다. 다니던 봉제공장이 문닫는 바람에 근 두 달 동안 벌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직업소개소도 기웃거리고, 구로공단도 돌아다녔다. 그러나 온 국민이 'IMF 한파'에 떨고있던 시절, 기술도 없는 중졸 실직자에게까지 돌아올 일자리는 없었다. 결국 손수레를 빌려 이 골목 저 골목 폐품수집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저 고철을 팔면 한 달치 분유값은 나올 텐데'라는 순간적인 생각에 죄인이 됐다.

 

김씨의 딱한 사연이 본보(1998115일자)에 보도되자 아기의 분유값을 대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쇄도했다. 1만원을 본보에 보내온 초등학생, 3만원을 보내온 아기 엄마 . "김씨를 채용하겠다"는 콩나물공장, 건설회사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캐나다 교포는 "고국이 하루빨리 일어서길 기원한다"200달러를 송금했다. 20여 일만에 김씨 아기의 분유값은 900여 만원이나 만들어졌다.

 

당시 엄동설한에 배고파 울던 아기는 이제 어엿한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한 살 아래 예쁜 여동생도 생겼다. 김씨도 40대 문턱에 들어섰다. 그러나 경제가 나아져도 저소득층에게는 내내 힘들었던 지난 10년이었다.

 

중산층마저 무너져내린 10년이었다. 성금을 전달 받으며 "훌륭하게 아기를 키워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울먹였던 김씨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찰서를 나온 김씨는 옛 동료들의 도움으로 성동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에 다시 취직했다. "배운 게 없어 하던 일을 계속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이 공장도 일거리가 점점 없어졌고, 김씨는 얼마 못 가 다시 거리로 나와야 했다. 막노동판을 전전했지만, 새벽같이 인력시장에 나가도 허탕치는 날이 많았다.

 

경기가 풀리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김씨는 다시 봉제공장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나 신당동 반지하에 몰려있던 봉제공장들은 더 싼 임금을 찾아 하나 둘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김씨가 천직으로 생각했던 봉제공장 일자리의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부인 오씨가 봉제공장 '시다'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공장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저도 많이 옮겨 다녔습니다. 저라도 꾸준히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오씨가 현재 받는 월급은 70만원. 야근까지 하면 80만원을 받는다.

 

막노동을 하는 남편 수입이 워낙 불규칙하기 때문에 시어머니를 포함해 다섯 식구가 오씨 수입에 의지해 살고 있다. 10년 전과 달리진 것이라고는 보증금 1,600만원의 방1칸짜리 전세에서 2,000만원 방2칸 짜리 반지하로 옮겼다는 것 말고는 없다. 김씨 가족이 외부에서 받는 지원도 고작 한 달에 3,500원짜리 식권 40장이 전부다.

 

"그냥 이대로 살아야지 어떡하겠습니까." 삶의 고통도 오래되면 관성이 생기는 법, 부인 오씨는 "더 이상 원망도,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애들만 자기들처럼 살지 않길 바랄 뿐이다. "다시 IMF 같은 불황이 온다는데, 지금 다니는 공장에 계속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나마 애들이 아빠, 엄마와는 다르게 공부를 좀 따라가는 게 위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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