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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아침―양미강] 화해를 위한 봄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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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7회 작성일 20-02-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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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아침양미강] 화해를 위한 봄기운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3.28 18:07 | 최종수정 2008.03.28 18:07

    

 

지난 주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침례교회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아프리칸 아메리칸(흑인) 교회로,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 이들은 어떻게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을까 내심 궁금했다. 요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의 정신적인 스승인 예레미야 라이트 목사의 미국 비판적인 설교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새삼 부각되는 미국의 인종문제와 흑인교회를 보고 싶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음악소리와 손뼉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벌써부터 잔칫집 분위기다.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모두가 말쑥한 정장차림이다. 3시간이 넘는 예배시간에도 꼼짝하지 않는 사람들, 한국 같으면 경건하지 않다고 ''을 칠 일이 그곳에선 수시로 벌어진다. 기도시간, 설교시간도 흥이 나면 박수치고 흥얼거린다. 사회를 보던 부목사도 종종 일어나 '아멘'하고 소리도 치고, 담임목사와 손바닥을 마주치기도 한다. 100명이 넘는 성가대는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예배가 음악회요, 연주회였다. 느끼는 대로 소리치고 표현하는 사람들. 그 속에는 '경건함'을 뛰어넘는 그들만의 소통의 언어가 있다. 이것이 그들이 담아내는 예배였다.

 

성서가 증언하는 부활의 첫 목격자인 막달라 마리아를 현대판 동성애자, 매매춘여성, 에이즈환자 등 이 사회의 소외자들로 적극적으로 해석한 부활절 메시지는 매우 급진적이다. 사회가 금기시한 영역을 부활을 전한 첫 메신저로 해석했으니 말이다. 이런 흑인교회의 자유분방한(가끔씩 백인들이 보기에 불편한) 방식이 바로 미국이 테러를 조장하고 흑인차별을 하고 있다며 '갓뎀 아메리카!'를 외친 라이트 목사의 거침없는 발언 아니겠는가?

 

공공문서와 공공장소 어디에서나 인종차별적 발언이 금지된 사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 소송이 걸리는 사회,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대선주자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 이 정도가 되면 인종차별에서 해방된 사회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인종차별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약고처럼 갈등에 노출된 사회가 바로 미국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처한 인종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오바마의 필라델피아 연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이 현실에 녹아있는 고민의 흔적을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흑백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지난주 성목요일, 흑인 밀집 주거지인 워싱턴 아담 모르간 지역의 크라이스트 교회. 주로 노숙인과 알코올 중독자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이곳에서 열리는 성목요일 예배. 주의 만찬을 재현하는 예배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긴 예수의 행위를 재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의 발을 씻기고, 흑인 남성들이 백인여성들의 발을 씻겼다. 그리고 흑인이 십자가를 등에 지고 떠나갔다. 상징적인 행위 속에서 우리는 흑인예수를 떠올린다. 적어도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재현하는 예배에서 그들에게 갈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이유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현실, 그 속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그러나 화해를 위한 봄기운이 꽃봉오리를 활짝 꽃피운다. 추운 겨울 삭막했던 워싱턴을 아름답게 만드는 벚꽃과 목련이 이 화해를 위한 열매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양미강(한백교회 목사·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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