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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급식이 노숙인 양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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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20-03-0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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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급식이 노숙인 양산한다고?


서울시의 급식 중단 요구에도 교회들 아가페 사랑 실천

 

▲ 정부의 지원을 받으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하나님이 다 채워준다”는 그의 고집에는 ‘정책과 상관없는 기독교의 사랑을 베풀겠다.’는 강한 의지가 숨어있다. © 이범진

“무슨 일이라도 하지, 왜 저러고 있냐?” VS “사회구조를 바꾸면 노숙인 없어진다”

흔히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노숙인이 된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것과 사회구조에서 찾는 것. 전자의 경우 “무슨 일이라도 하지, 왜 저러고 있냐?”며 노숙인 개인의 게으름과 태도를 탓하게 마련이다. 후자의 경우는 “노숙인을 위해서는 사회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정책이나 제도를 탓한다.

물론 요즘에는, 이 두 가지 시선을 적절하게 통합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들이 많이 도입되어 실행중이다.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실제로 노숙인 개인에게 노숙의 책임을 묻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사회구조만을 탓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 한 겨울, 서울역 안에서 노숙인들의 모습은 이미 '투명인간'이 되어버릴 정도로 익숙해 졌다. © 이범진

서울역에서 만나본 노숙인들은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했다. 노숙인 생활에 접어들면, 일상생활에 있을 때보다 건강이 더 급속하게 나빠진다는 것. 물론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 이유도 있다.

한편,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온 한 노숙인. 그는 노숙생활을 한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명한 기업의 부장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상담원의 친절한 직업 안내에도 그의 대답은 “거긴 너무 멀어요”, “9시까지는 출근 못하죠.” 만족스러운(?) 직업을 구하지 못한 그는 결국 상담소를 나선다. 상담원은 “저런 분들이 적지 않다.”며 “과거에 사장님이셨던 분들이라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구조의 문제이기도 한 것. 이와 관련된 쟁점들과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살폈다.


“밥 먹고 싶으면, 쉼터 입소하라?”

약 2년 전 서울시(오세훈 시장)는 “비현실적인 거리급식 근절대책, 소규모 쉼터 통폐합 계획” 등을 발표했다. IMF를 극복했다고 생각한 서울시는 교회나 자원봉사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거리급식이, 노숙인을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동시에 소규모 쉼터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한 곳에 모아두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말. “밥 먹고 싶으면, 쉼터에 입소하라.”였다. 노숙인들을 안 보이는 곳에 감추고, 깨끗한(?)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측의 강한 의지표현이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지역주민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서울역 인근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거리에서 노숙인을 없애는 방향으로 서울시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 한국교회 희망연대(상임대표의장 최이우 목사)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설 연휴간 대대적으로 밥퍼 봉사를 진행한다. © 한국교회희망연대

이는 시점의 이동을 의미한다. IMF때에는 사회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숙인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오늘날에 ‘노숙’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지는 인식이 확산 됐다. 지역주민들의 눈에는 당연히 거슬릴 수밖에….

한 노숙인은 주변의 인식에 대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요즘은 이주 노동자다, 새터민이다 해서 일자리를 많이 지원하기 때문에, 노숙 생활을 하면서 일을 얻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 사회는 IMF를 극복했지만, 노숙인들에게 취업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주변 인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책변화로 그 벽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위기’라 말하는 2009년, 그 경제의 틀 속에서 노숙인들의 설 자리는 어디일까?

10년 넘은 서울역 노숙인 지킴이,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용산구 갈월동에 소재한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소장 임영인)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2개소의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시설과 생활시설의 중간지점인 ‘Drop-in 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는 없지만 세탁, 목욕, 취침 등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 상담서비스, 고용지원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노숙인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노숙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민간지원을 통한 노숙인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위탁 사업은 서울시의 정책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노숙인의 욕구를 100% 충족시켜 줄 수 없어서 이다.

예를 들어, 이미 언론에 자주 보도된 바 있는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의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초창기 서울시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산술적 결과를 산출할 수 없을뿐더러,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결국 민간(기업)의 지원을 받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외국에서는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중심으로, 노숙 생활을 탈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문학과정이 손꼽히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문학과정의 강사들이 노숙인, 교도소 수감자, 자활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느낀 인문학의 정수를 <행복한 인문학>이란 책에 담기도 했다.

잘못된 정책 탓만 했다면, 이루지 못했을 귀한 결과물이었다.


“노숙인, 민간자원 확보가 중요”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한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소속과 이름의 비공개를 요구한 사회복지사는 “서울시 정책이 간과하는 부분들을 민간자원이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민간인들의 인식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쉼터입소를 유도하는 서울시의 정책은 노숙인의 자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쉼터 자체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며, 규율과 규제가 많아 노숙인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퇴소조치 당할 경우, 기록에 남아 나중에는 취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숙인에 대한 시민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에 민간자원의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노숙은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일방적 인식과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노숙인들에게 인문학과정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민간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여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할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있다.

“생강차 끓이는 이대근 목사, 정부 지원 안 받는 이유”

이틀에 한 번 꼴로 아내와 함께 서울역을 찾는 이대근 목사. 추위에 떨고 있는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생강차를 대접하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라 서울역 밖에는 노숙인들이 보이지 않다가, 찬양 소리를 듣고 하나 둘 생강차를 마시기 위해 모습을 보인다. 3시간 만에 종이컵 300개가 동이 난다.

이 목사는 9년째 노숙인을 대상으로 라면과 생강차 등을 베풀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하나님이 다 채워준다”는 그의 고집에는 ‘정책과 상관없는 기독교의 사랑을 베풀겠다.’는 강한 의지가 숨어있다.

“매일 아침과 저녁, 국가 지원없이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

현재 거리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곳 중의 대다수가 교회다. 서울시는 그들에게 거리급식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먹을 것을 베푸는 것이 기독교의 사랑이라는 공감에서다. 그들은 서울시의 지원 없이 거리급식을 제공하면서 노숙인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한국교회 희망연대(상임대표의장 최이우 목사)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설 연휴간 대대적으로 밥퍼 봉사를 진행한다. 특히 김범곤 목사(예수사랑선교회)는 “20년 동안 기도했는데 드디어 노숙인들이 식사할 수 있는 200평정도의 실내 공간이 생겼다.”며 “매일 아침과 저녁을 국가의 지원없이 지속적으로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장소 사용에 눈치를 보거나 하는 일 없이 국가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뜻이다.

“김범석 목사, 노숙인 위한 사회적 기업 만들어야”

열매나눔재단 사무처장 김범석 목사는 지난 10년 간 노숙인 쪽방사역을 해왔다. 그는 “IMF 이후 한국 교회는 재정부도가 난 국가를 대신해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의식주에만 매달리는 1차적 사회복지에 머물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밥퍼를 넘은 ‘사회적 기업’을 말한다.

“앞으로 10년은 2차적인 사회복지의 시대다. 자립과 자활의 시대인 것이다. 한국 교회가 2차적인 사회복지에 눈을 떠야 다시 사회적 리더십을 갖고 올 수 있다.”

여기서 그는 국가의 개입을 경고했다. 국가가 개입(지원)하다가 한 번 빠지게 되면, 사회적 기업의 99.9%가 망한다는 것. 현재 새터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열매나눔재단은 점차적으로 대상 범위를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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