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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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20-03-03 02:22본문
[동아일보] 작년 42%가 이직… 사회복지 최일선 무너진다
현직 5人이 밝히는 ‘복지사각’ 사회복지사
《정부는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내년 보육비·교육비·다문화가정 지원비를 지난해보다 33.4% 증액해 총 3조7209억 원을 배정했다. 이른바 ‘서민희망예산’이다.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2003∼2007년 연평균 12.8%씩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8%)의 2.2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추계’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사회복지 총지출은 처음으로 GDP 대비 10%를 넘었다. 하지만 급격히 증가한 사회복지 지출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도달했는지는 물음표다.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손발인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사회복지사협회의 사회복지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의 42.6%가 이직을 경험했다. 현재 종사자들도 41.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임금 때문이다.
경력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떠나다 보니 늘어난 복지예산에 비해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아직 낮을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제도는 성숙하는데 사회복지사 처우는 왜 여전히 열악한 것일까. 사회복지사 5인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기도는 5월 30억 원 규모의 ‘경기도 사회복지 공제회’를 출범시켰다.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에 나선 것은 경기도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여기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의지가 컸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 지사의 딸은 사회복지사의 길을 포기했다. 열악한 처우 때문이었다. 이후 사회복지사 현실에 관심을 기울인 김 지사는 공제회 출범에 필요한 ‘씨앗 돈’을 지원했다.
수년간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까지 변화의 조짐은 없다. 국회에 제출된 사회복지사 공제회 설립법안은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사회복지사협회에 모인 강은주(30·상록자립생활관), 강현덕(31·영등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문현주(27·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박원민(30·성동노인종합복지관), 유지은 씨(26·관악봉천자활센터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의 질은 사회복지사에 달려 있다”며 사회복지 현장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차상위계층
“왜 월급 받으면서 도와주지 않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막상 상담을 하다 보니 저보다 월급이 많더라고요. 특히 지역자활센터는 급여가 낮아 사회복지사 사이에서도 기피 근무지예요.”(유지은)
결혼한 지 5개월 된 박원민 씨는 부부가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사들끼리 결혼하면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가 된다고 하더니 가장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실제로 아이 갖는 것을 미루고 있어요.”
양육비용도 문제지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꿈도 꿀 수 없다. 평소에도 매일 야근을 할 만큼 업무가 많은데 한 사람이 쉬면 남은 사람이 업무를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미루기 힘들어 임신하게 되면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립생활관이기 때문에 한 주는 주간근무, 한 주는 야간근무를 해요. 동료가 임신을 했는데 막달까지 오후 5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야근을 했어요. 내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어요.”(강은주)
“2년 전에 둘째 딸을 낳았는데 병원비가 없었어요. 통장에는 몇만 원 남아 있을 뿐이고 신용카드는 잦은 연체로 못 쓴 지 오래였고요. 아내와 아이 앞에서 차마 울 수도 없고. 수십 번 고민하다 결국 친구한테 전화했어요. 나중에 갚으라며 100만 원을 빌려줘 퇴원할 수 있었죠.”(강현덕)
강 씨는 저소득층 자립지원프로그램인 ‘서울희망플러스 통장’에 가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서울시가 3년간 저축 금액만큼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강 씨는 “심사를 거쳐 가입대상자라는 통보를 받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 그래도 사회복지사를 떠날 수 없는 이유
2008년 사회복지사의 평균 근무 경력은 4.6년이었다. 9.6년이었던 2000년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복지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디서도 얻기 힘든 행복”이라고 말한다.
보육원을 퇴소한 18∼25세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머무는 상록자립생활관에서 일하는 강은주 씨. 성인 문턱에 선 아이들이 오니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말 놀아볼 것은 다 놀아본 아이가 있었어요. 싫은 표정이 역력한 아이를 앉혀 놓고 일 년간 매일 밤 대화를 했죠. 5년간 살다 퇴소할 때쯤 결혼을 했는데 여기가 내 친정이라며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더라고요. 보통 시설에서 자란 것을 철저히 감추거든요.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죠.”
“며칠 전 자활센터를 거쳐 동작교육청에 정식으로 취업한 어르신이 전화를 했어요. 선생님밖에 전화할 데가 없더라면서 한참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선생님 말고 우리 같은 사람을 누가 사람 대접해주느냐면서요. 내가 힘든 사람들에게 마지막 그물망이 되어주고 있구나 싶어 보람을 느꼈죠.”(유지은)
“처음에 표정이 어둡던 결혼이민자 여성이 어느 순간 한국말로 농담을 건네더군요. 잘 적응했구나 싶어 코끝이 시큰했던 기억이 나네요.”(강현덕)
○ 사회복지사 처우는 정부 보조금에 달려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데는 인력의 과잉 공급도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는 38만 명. 올해 3월 기준으로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6만5372명이고 전담공무원은 1만2270명이다. 사회복지사의 영역이 모호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1∼3급으로 나뉘어 있지만 현장에서 하는 일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위탁시설이다. 최소한의 비용만을 보조하다 보니 사회복지사의 인건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다.
“국고보조금·서울시보조금이 3년째 동결돼 3년째 급여가 똑같아요. 한 호봉에 3만 원씩 오르는데 대리 진급한 친구들은 20만 원 올랐다고 해요. 친구들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속상해지네요.”(문현주)
“예를 들어 정부에서 복지관에 1억 원을 준다고 하면 이 안에 인건비와 운영비가 모두 포함돼요. 당연히 시설 운영비를 먼저 책정하고 남은 돈으로 인건비를 줄 수밖에 없어요. 공공요금 오르고 관리비도 오르고 그러다 보니 인건비 비중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유지은)
“한 사회복지공무원이 사회복지사 급여를 올려야 하는 것은 알지만 한 번 올리면 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걸 보았어요. 사회복지사 급여가 예산의 한 부분이 아니라 한 개인의, 한 가정의 생계비라는 것을 잊은 것 같아요.”(박원민)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두 갈래로 나뉜다.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전담 공무원과 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다. 하지만 사회복지전담 공무원과 달리 사회복지사들은 보수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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