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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없는 나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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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8회 작성일 20-03-0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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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주택의 보급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미 100년 전부터 공공주택을 널리 보급해 온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마침 프랑스는 연말연시에 노숙인, 근로 빈곤층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문제로 큰 논란에 휩싸였었다.    프랑스 현지에서 이 문제를 직접 취재한 문화방송(MBC) 국제시사 프로그램 <W>의 한학수 PD가 취재 후기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한 PD는 "프랑스가 스코틀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민의 '주거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널리 보급된 공공주택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프랑스 파리 센 강을 가로지르는 생 마르탱 운하. 2006년 12월 16일부터 이곳에는 300여 개의 텐트가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다. 텐트 안에 사는 사람은 파리의 노숙인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공주택에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 지난 한 달 동안 프랑스는 이 문제의 해결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노숙인 아메드는 "우리는 성을 원하는 것도 저택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며 "아무 곳이든 조그만 방만 있으면 된다"고 자신의 소박한 요구를 밝혔다. 또 다른 노숙인 크리스티앙은 "파리에는 1만300채의 빈 아파트가 있다"며 "우리에게 이 아파트를 한 채씩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텐트촌에는 연일 노숙인을 만나고자 프랑스 현지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언론에서 취재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파리에서 시작된 시위는 어느덧 리옹, 마르세유, 니스 등 프랑스 주요 도시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텐트 시위를 주도하는 것은 시민단체 '돈키호테의 아이들(www.lesenfantsdedonquichotte.org)'이다.    생 마르탱 운하를 붉은 텐트들이 점령하다    돈키호테의 아이들은 2006년 12월 결성됐다. 영화배우 겸 제작자 오귀스탱 르그랑과 장 밥티스트 르그랑 형제가 산파 역할을 했다. 르그랑 형제는 노숙자 문제를 환기하고자 이 단체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오귀스탕 르그랑은 노숙자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런 단체까지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 파리 생 마르탱 운하, 유명한 관광지인 이곳을 관광객 대신 노숙인의 텐트가 채우기 시작했다. 텐트 시위를 통해 빈곤층의 주거권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현장(왼쪽). 텐트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돈키호테의 아이들' 대표 오귀스탱 르그랑. 일반 시민도 하룻 밤을 노숙인 텐트에서 지내보라는 그의 제안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오른쪽). ⓒ문화방송
  "자기 집 옆에서 누가 죽어가도 모르는 체 하는 프랑스 사회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녀서 프랑스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프랑스 사람에게 더 늦기 전에 충격을 줘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단체를 만들었다."    노숙인에게 텐트를 무료로 나눠주는 활동은 돈키호테의 아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세계의 의사들(www.medecinsdumonde.org)이라는, 의사들이 중심이 된 인권단체가 여러 해 전부터 수백 개의 텐트를 노숙자에게 꾸준히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에 이 단체는 수백 명의 노숙자를 파리의 한복판에 집결시키고, 파리 시민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단순히 노숙자에게 텐트를 나눠주는 것을 넘어선 이런 여론 환기에 파리 시민을 비롯한 프랑스인은 바로 화답했다. 텐트 시위를 찍은 사진에 인터넷에 통해 널리 전파된 것도 이런 여론 환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텐트의 수도 늘고 있다. 이 단체 리옹 지부장 마린은 "1월에 20개로 시작한 리옹의 텐트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옹의 벨쿠르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 제리는 텐트를 방문했던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 사실을 소개하며 기뻐했다. 얼마 전 우체부가 '리옹 시 벨꾸르 광장 텐트 번호 41번 제리'라고 적힌 겉봉에 주소가 정확히 적혀 있는 편지를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제리는 "노숙인가 된 이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편지"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은행 건물을 점거한 노숙인    지난 1월 2일 파리 중심에 서 있는 한 은행 건물도 노숙인의 임시 보금자리가 됐다. 돈키호테의 아이들은 '검은 목요일', 'DAL'이라는 다른 두 시민단체와 함께 노숙인을 지원해 이 건물을 점거한 뒤 '주택 위기 대책부'라고 적힌 상징적 문패를 내걸었다. 8만 명이 넘는 노숙인 문제를 내버려두고 있는 프랑스 정부와 사회에 건물 점거로 항의 표시를 한 것이다.    리오네즈드방크 그룹이 소유한 이 건물은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몇 해째 비어 있는 상태였다. 열린 창을 통해 건물로 들어간 노숙인은 급한 대로 침실, 부엌, 욕실을 꾸며 놓고 총 8가구의 보금자리를 새로 마련했다. 두 아들과 함께 자리를 잡은 할피다는 불법 점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 새해 이튿날인 1월 2일부터 노숙자와 무주택자들이 점거해 살고 있는 파리 증권가의 빈 건물. 이곳에 3개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주택 위기 대책부'를 꾸리고 8가구가 생활하고 있다(왼쪽). 프랑스 파리 인근의 공공주택. 지난해 프랑스에 건설된 43만 채의 주택건물 중 14만 채가 공공주택이다(오른쪽). ⓒ문화방송
  "한 달 전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대부분의 살림은 친구의 창고에 임시 보관돼 있다. 바깥에서 노숙인으로 지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불법 점거라도 해서 사는 게 낫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물론 나도 아이들을 내 집에서 돌보기를 바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짜 집이다."    서유럽에서 이렇게 비어 있는 건물을 점거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예술가들이 비어 있는 건물을 점거해 작업실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스콰트(squart)'라고 불리는 이런 흐름과는 다르다. 이번 점거는 생 마르탱 운하에서 진행되는 텐트 시위에 맞춰 노숙인 문제에 대한 여론 환기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운동의 중심에 있는 생 마르탱 텐트촌에는 프랑스인 노숙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인 노숙인이 텐트 시위를 벌이는 한 쪽에서는 이주 노동자 노숙인이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 국적도 없고 일정한 주거지도 없는 이들은 "사회로부터 두 번 소외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알제리인 노숙인 하산은 9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8년 동안이나 가족을 못 보고 이렇게 지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잠도 못 자고 울기도 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나는 정말 참혹한 삶을 보내고 있다." 하산에게 굶주림은 큰 고통이 아니었다. 주거권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첫걸음이었다.    프랑스가 노숙인 문제에 답을 하다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노숙인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여 나가자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노숙인에게 국가가 살 집을 제공한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전선 파리지부장 마셜 빌드는 "노숙인 중에는 동유럽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온 이민자들이 있다"며 "프랑스가 이들 모두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극우정당의 이런 주장에도 1월 한 달 동안 프랑스 여론은 노숙인 시위를 지지하는 쪽으로 점점 변해갔다. 먹을거리, 옷가지, 생필품을 모아서 노숙자에게 전해주는 시민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취재 중에도 많은 시민이 옷과 먹을거리를 노숙인의 텐트촌에 전해주고 있었다.  


▲ 생 마르탱 운하 텐트 시위 현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왼쪽).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프랑스 사회, 이주 노동자도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텐트 안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문화방송
  부인과 함께 옷과 담요를 준비해 온 뒤바르브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노숙인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집이 없으니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그러면 공공주택에도 들어갈 수 없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들이 지금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더는 여론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위가 17일째이던 지난 1월 3일, 우파 정부의 총리 도미니크 드 빌팽은 노숙인의 주거 문제에 대한 법률적 보장을 약속했다. 빌팽은 "이 법안이 채택되면 2008년 말부터 노숙인, 가난한 노동자, 모자 가정에 주거권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또 하나의 혁명이 출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취재가 진행되던 지난 1월 17일 프랑스 국무회의는 '주거권 보장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법을 보면 2012년부터는 집 없는 사람은 국가를 상대로 고소를 할 수도 있다.    공공주택 17%가 있어서 가능했다    프랑스에서 공공주택은 전체 주택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도시마다 20%에 해당하는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짓도록 하는 도시재건법이 도입되기도 했다. 2006년에도 14만 채의 공공주택이 공급되었다. 공공주택은 같은 크기의 민영주택보다 절반 이하의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그간 노숙인의 경우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공공주택에 들어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지난 한 달 동안 프랑스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것인데, 정부가 마침내 해답을 내놓은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1억 유로(약 12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전체 주택 시장에서 20% 가까운 공공주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공주택이 확고하게 주택가격의 중심을 잡고 있으니, 민영주택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칠 수가 없다. 부동산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공공주택이 확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파리 시내를 뜨겁게 달군 노숙인의 텐트 시위는 프랑스 주요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 도시 리옹 벨쿠르 광장도 붉은 텐트들이 채우고 있다. ⓒ문화방송
  물론 지난 100년간 공공주택 정책을 펴 온 프랑스에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있다. 1960~70년대에 늘어난 공공주택 수요를 감당하고자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어놓은 공공주택 지역이 슬럼으로 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업과 차별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재 프랑스는 공공주택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저밀도의 낮은 아파트를 짓고 있다. 또 근본적으로는 공공주택 지역의 계층적 특성을 다변화시키거나 혹은 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한 '사회적 혼합(social mix)'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고민도 공공주택이 전체 주택의 3%도 안 되는 한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 '행복한' 것이다.    프랑스 공공주택 영역의 모든 단체와 협회를 대표하는 '주거를 위한 사회연합'의 폴 루이스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이나 미국식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공공주택 정책은 일종의 자선사업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프랑스의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공공주택 정책이 사회를 통합시키고 나라를 연대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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