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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행려병자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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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2회 작성일 20-03-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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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행려병자 ③]병원서도 찬 바닥 신세 '서러운 노숙인들'
노컷뉴스 | 입력 2009.08.06 06:03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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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윤지나 기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급여 제도가 까다롭게 바뀌면서 노숙인과 독거노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CBS는 의료기관에서 외면 받고 차가운 길에 버려지는 행려병자들의 문제를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주]

종이박스를 침대삼아 찬 바닥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는 행려병자에 인공호흡기까지 매단 채 응급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행려병자까지.

지난 7월 찾아간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실 복지구역은 행려병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모습이었다.


바닥에 줄줄이 누워있는 환자를 혹시나 밟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는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들 치료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이 같은 풍경은 지난 해 응급의료급여사업 지침이 개정돼 병원 측이 행려병자의 치료비를 보전 받을 수 없게 되자 민간 병원들이 행려병자들을 '날리'면서 시작됐다.

보라매병원이 행려병자들을 받는 몇 안 되는 병원 중 하나다 보니 환자들이 몰렸던 것.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지난 5월에는 신종플루 격리병동을 설치하라는 서울시 지시에 행려병자들이 주로 수용된 전인간호병동이 철거됐다.

안 그래도 환자들로 넘치던 병동이 없어지면서 21개 병상 밖에 갖추지 못한 응급실 복지구역은 바닥이 곧 침대가 되는 초만원 상황이 줄곧 이어졌다.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29) 씨는 "병원 목적이 영리가 아니다보니 민간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며 날린 행려병자들도 치료하고 있다"며 "우리까지 외면하면 행려병자들이 길바닥에 버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에 이처럼 행려병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행려병자의 치료비를 보전 받을 수 없기는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환자를 받을 때마다 병원 측의 부담은 계속 커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해당 병원은 의료급여지침 개정 이후 1년 만에 관련 미납액이 3억을 넘어섰다.
행려환자 관련 업무 담당자는 "지침 개정 뒤에는 지급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구청 등으로부터 치료비 보전을 거부 당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응급대불금이나 긴급구호기금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치료비를 구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조치는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부가 그 최소한의 여건조차 마련해주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며 "시립병원 등 국공립 병원들이 다들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침 개악으로 소외계층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은 물론, 이들을 돌보는 병원과 의사들의 한숨도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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