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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은 누구라도 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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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6회 작성일 20-03-0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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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일…이방인 낙인말고 소통 노력을”전국 유일 노숙인 지원동아리… 성균관대 ‘HPA’20090510002020
지난 7일 오후 9시30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쪽방. 성균관대 3학년생 김희태(23)씨가 시민단체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활동가와 함께 노숙인 A씨 방에 들어섰다. 술에 취해 잠자고 있던 A씨에게 김씨는 “술 좀 적게 드시라”는 잔소리부터 늘어놓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지다 퇴원한 지 얼마나 됐느냐. 내일 병원 검진도 받아야 하는데…”라는 김씨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했다. 냉장고에 있는 소주 3병을 발견한 김씨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결국 A씨한테서 “조금만 먹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서야 다음 방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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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씨가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지하도에서 한 노숙인과 대화하고 있다.
같은 층에 있는 또 다른 쪽방에는 보청기가 없으면 거의 듣지 못하고 앞니도 다 빠진 B씨가 있었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일주일 만에 찾아온 이들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김씨 일행은 B씨에게 이것저것을 묻고서는 새 보청기를 맞추러 병원에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했다. B씨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김씨는 “다음주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이날 용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는 김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동아리 ‘HPA’(Homeless People Aids)의 다른 대학생 4명이 잠잘 곳을 찾아 몰려든 노숙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HPA는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7년 말 노숙자 사례연구 수업을 위해 실습을 나갔던 대학생들이 당시 경험을 계기로 만든 모임으로, 전국 대학 유일의 노숙인 지원 동아리다.

3학년생 김수연(25·여), 김재헌(21), 이지은(22·여), 최치욱(25)씨는 먼저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녹차를 내밀며 말을 걸었다. 경계하는 눈치를 보이던 노숙인들은 이내 마음을 열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구구절절한 사연을 쏟아냈다. 이야기를 듣는 대학생들은 힐끔거리는 행인들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최씨는 “노숙인들은 대화할 상대가 없어 외로워한다”며 “어떤 분은 몇 시간씩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밤 따뜻한 물을 담은 보온병과 커피·녹차를 챙겨 동자동 쪽방촌과 시청, 종각, 회현(남대문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노숙인이나 쪽방 거주자들에게 말벗이 되어준다. 필요할 때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씨는 “상당수 노숙인이 일하려는 의지는 강한데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잡일을 하더라도 갈 집이 없어 거리를 전전한다”면서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거리로 나앉을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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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최근 경기 불황으로 노숙인들의 삶이 더 고달파졌다고 전했다.

김재헌씨는 “원자재 값이 뚝 떨어지다 보니 고물이나 폐품을 모아봐야 돈이 안 되고 공공근로는 사람이 몰려 자리가 없다”며 “쪽방에라도 들어가던 이들이 거리로 내몰린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노숙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가기 일쑤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했다. 김희태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서 노숙인을 만나다 보니 노숙인 문제가 개인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구조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우리와 다르다는 낙인을 지우고 관심을 갖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문제 해결의 출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기사입력 2009.05.10 (일) 19:26, 최종수정 2009.05.11 (월)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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