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노숙 어린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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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20-03-02 23:03본문
아홉살 노숙 어린이를 아시나요?
초등학교 2학년 김영민(가명, 9)군의 할머니는 끌탕을 하다 결국 담배에 손을 댔다. 키 150cm의 작은 체구, 얼굴이 동글동글한 올해 예순넷의 할머니는 살아온 세월보다 주름이 더 깊어 보였다. 그만큼 인생의 곡절이 깊었으리라. 영민이 할머니는 동네 일대를 돌아다니며 박스와 빈병 등을 모으는 폐품수집 일을 한다. 온종일 손수레를 끌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 하루에 많이 벌 때는 5000원, 적게 벌 때는 2000원 번다. 할머니는 보증금 100만원에 15만원 월세를 내고 산다. 정부에서 나오는 생계보조금 30만원으로 사는데 봄이 되면 산에 가서 나물 뜯어다 먹고 산다. 소시지와 계란, 김 등 영민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기는 하지만 풍족하게는 못한다. 그게 늘 속상하다.
우연찮게 만났던 영민이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쌀통을 탈탈 털어도 쌀알 한 주먹 쥐어지지 않는 상황이 되자 아들은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그 뒤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연락조차 안 돼 속이 썩어 문드러진 지 벌써 오래라며 탄식했다. 영민이가 갓난 시절 집을 나갔다, 돌 무렵 다시 들어왔다, 네 살 무렵 설 지내고 도로 나가버린 며느리도 연락 두절 된 지 4년이 넘었다고.
지하 단칸방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영민이는 동네에서 '노숙 어린이'로 유명하다. 한겨울 동네 연립주택 지하 한 귀퉁이에 종이박스를 깔고 몇 날 며칠을 지내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이 긴급구호에 나선 일도 있다. 지난 4월에는 영민이가 온몸에 멍이 든 채로 등교해 교사들이 가정방문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아홉 살 꼬마는 왜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은 채 연립주택 지하에서 노숙을 선택했을까. 할머니는 잦은 도둑질과 매질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영민이가 남의 돈에 손대는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할머니가 매를 들 때마다 집을 나가면 족히 2~3일은 버티고 집에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고물 팔고 남은 돈을 숨겨두먼 귀신같이 찾아내 들고 내빼여. 신발 신은 채로 방까지 들어와 들고 튄다니께. 선생님들은 할머니 좋게 달래세요, 하지만 그게 돼요? 하루는 내가 같이 죽자 했어. 니가 거지냐, 왜 밖에서 자고댕겨? 니가 쥐새끼여? 왜 남의 집 옥상으로 기어올라가 잠을 자? 다리 부러지먼 병원 데꼬갈 사람도 없어 인마. 분이 나서 양산대로 죽도록 팼어요.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집까정 오셨두만."
손아귀에 300원만 쥐면 밤늦도록 '뿅뽕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작달막한 모니터에 얼굴을 디밀고 게임에 몰두하다 늦어지면 야단맞을까 겁나 차라리 노숙을 선택했던 것. 아들 며느리 집 나간 것도 속상한데 손자마저 걸핏하면 집을 나가 속이 상한 할머니는 영민이를 상대로 분풀이도 했던 것 같다.
영민이에게 왜 집 놔두고 연립주택 지하에서 잠을 잤느냐고 물었더니 암말 않고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와 같이 지내는 게 싫으냐는 질문에는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실제 할머니는 둘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그룹홈'에 보낼 생각도 했었다. "학교 가기 전에 아침밥 멕이면서 슬쩍 물어봤어요. 너, 공부방 선생님이 '그룹홈' 가고 싶다먼 보내준디야. 갈려? 핼미도 너랑 사는 것두 힘들구, 당최 입에 풀칠하는 것두 어렵다잉. 너만 좋다믄 언제든 가도 되여. 이 핼미는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께. 어뗘, 갈래?" 암말 않고 듣고 있던 영민이는 고개를 푹 떨군 뒤 "안 가겠다"고 했단다. 그 뒤로 지금까지는 방과후 학교도 열심히 나가고 1~2시간 늦기는 하지만 불쑥 집을 나가는 일도 없어졌다고 했다. 고물 판 할머니 돈에 손대는 일도 없어졌단다. 하지만 아홉살배기 영민이는 언제든지 다시금 상처받을 수 밖에 없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조손가정의 할머니가 다가구 자택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는 손자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수줍은 느낌의 미소의 이웃인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영민이를 도와달라며 보내온 편지 전문입니다. 최근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경제적 빈곤으로 꿈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조손가정이란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어린이로 구성된 가정을 말합니다. 전국적으로 58,000여 세대에 이르는 조손가정의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예기치 않은 사고에 의한 부모의 사망, 또는 실직 등에 따른 경제적 파탄으로 부모가 가출한 상황에서 아무런 생계대책 없이 사회의 무관심과 경제적인 고통으로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적 빈곤층으로 문제시되고 방치된 이들에게 우리네의 관심과 사랑으로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줍은~과 나눔로그에서는 4월의 나누미 주인공으로 영민군을 선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모금 청원은 4월 1일에 시작할 예정이며 4월 중순경 영민군의 거주지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3월말 예정되어 있는 소녀가장 솔비의 사연과 더불어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덧붙여 지난 솔비의 사연은 KBS '동행'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의 형태로 제작하는 것을 논의 중입니다. 현재 솔비가 방송 출연하는 것을 고민 중인지라 진행이 멈춘 상태입니다만 본인이 수락하기만 한다면 다큐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여부를 떠나서 지난 솔비의 사연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손가정 '영민이' 돕기 계좌후원: [610 21 0473017 전북은행 김현구], '영민이'를 넣어주세요.
3월 솔비 다음 모금 청원 서명: http://agora.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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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61a2de_아홉살_노숙_어린이를_아시나요.hwp (372.0K) 0회 다운로드 | DATE : 2020-03-02 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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